도시가 더 뜨거워지는 이유, 도심 열섬현상을 줄이려면?
한여름의 서울, 낮 기온은 물론 밤에도 30도 가까운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특히 아스팔트로 가득한 도심 한가운데를 걷다 보면 마치 찜질방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같은 시각,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선선하고, 나무가 많은 교외에서는 체감온도가 훨씬 낮다. 왜 같은 날, 같은 기후 조건에서도 이렇게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그 원인은 바로 도심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 때문이다.
열섬현상은 단순히 불편한 날씨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여름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며, 도시 거주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환경 문제다. 특히 한국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중심 국가에서는 더욱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도심 열섬현상의 원인과 영향, 그리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실제 방안까지 자세히 살펴본다.
도심 열섬현상이란 무엇인가?
열섬현상은 도시 지역의 기온이 주변 농촌 지역보다 유독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인공 구조물(건물, 도로, 콘크리트 등)이 태양열을 흡수하고, 이 열이 밤에도 천천히 방출되면서 지속적인 온도 상승을 유도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도심은 낮뿐 아니라 야간에도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나무, 토양, 수면과 같은 자연의 열 흡수/발산 기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자연은 낮에는 열을 흡수하고 밤에는 방출하면서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인공 구조물은 이와 달리 열을 저장했다가 천천히 배출하기 때문에 도심 전체가 '뜨거운 섬'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도심 열섬현상의 발생 원인은 복합적이다.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불투수면의 증가다. 도로, 인도, 건물 외벽 등은 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성 재질로 되어 있어, 땅의 자연적인 열 발산 기능이 크게 줄어든다. 비가 와도 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열이 지면에 갇히게 된다.
둘째, 녹지 공간의 부족이다. 도심에는 공원, 나무, 잔디와 같은 녹지 비율이 매우 낮다. 나무는 그늘을 제공하고 증산작용으로 기온을 낮추는 기능이 있지만, 도시 개발로 인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셋째, 자동차와 건물의 배출 열도 큰 몫을 한다. 에어컨 실외기, 자동차 배기구 등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열기는 도심 기온을 직접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소다.
넷째, 건축 자재의 특성도 중요하다. 시멘트, 아스팔트, 유리, 금속 등은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느리게 방출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밤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도심의 기온은 외곽보다 3도 이상 높아지는 경우도 있으며, 체감 온도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도심 열섬현상이 초래하는 문제
열섬현상이 심화되면 도시 생활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에너지 소비의 증가다. 여름철에는 냉방기 가동이 늘어나고,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난과 정전 위험이 높아진다. 이는 곧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온실가스 배출 확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한 도시 거주자의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만성질환자들은 지속적인 고온에 노출되면 열사병, 호흡기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 2023년과 2024년 여름에는 도심 내 폭염으로 인해 실외 작업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열섬현상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었다.
장기적으로는 도시 생태계의 변화와 기후 재난의 빈도 증가도 우려된다. 기온이 높아지면 해충 번식이 활발해지고, 도시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며, 국지적 집중호우나 도시 내 침수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차원의 인프라 개선과 개인의 실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열섬현상을 줄이기 위한 해결 방안
공공 및 제도적 차원의 대응
첫 번째 방안은 도시 녹화 사업 확대다. 옥상 녹화(그린루프), 벽면 녹화, 공원 조성, 가로수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무 한 그루는 주변 기온을 1~2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건물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면 에너지 절감과 단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건축 자재의 전환이다. 반사율이 높은 백색 페인트, 쿨루프(Cool Roof) 기술을 적용한 지붕은 태양광 반사를 유도해 건물의 열 축적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서울시 일부 공공건물에서는 쿨루프 도입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세 번째는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와 교통 혼잡 해소 정책이다. 전기차 전환, 대중교통 이용률 증대, 자전거도로 정비 등을 통해 배기가스와 인공열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도시 설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시민 개인도 열섬현상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베란다나 창가에 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식물은 그늘을 만들고 증산작용으로 주변 온도를 낮추며, 미세먼지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주차 시 나무 그늘 이용, 자동차 공회전 최소화, 에어컨 실외기 열 방출 최소화 등 일상에서 열 배출을 줄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택배 주문 시 무라벨 제품을 선택하고, 재활용이 쉬운 단일 소재 포장재를 선호하는 소비 습관도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과 도시 열원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결론
도심 열섬현상은 단순한 여름철 불편함이 아니다. 도시화가 지속되는 이상 이 문제는 더 자주,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미 6월부터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2025년 여름처럼, 우리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도시가 만든 문제는 도시가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해결의 시작은 디자인의 변화, 정책의 전환, 시민의 행동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동시에 일어날 때 가능하다. 나무 한 그루, 하얀색 지붕, 식물이 가득한 베란다, 친환경 교통수단 한 번의 선택이 결국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우리는 이미 뜨거워진 도시 속에 살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온도를 어떻게 다시 식힐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