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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마다 넘치는 쓰레기, 문제는 빗물이 아니다

evrdaysc 2025. 7. 12. 07:00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도심 하천이나 바닷가에 끝없이 떠내려온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다. 어제까지 맑던 물은 갈색 흙탕물로 변해 있고,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 용기, 비닐봉지, 음료수 병, 담배꽁초 등이 뒤엉켜 악취를 풍긴다. 많은 이들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쓰레기가 쓸려 내려갔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그 배경에는 보다 복잡하고 심각한 환경 문제가 숨어 있다.

한국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장마철마다 우수관을 통한 생활 쓰레기의 유입, 비닐 포장재의 대량 배출, 미세플라스틱의 바다 유입이라는 구조적 문제들이 겹치면서, 환경오염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집중호우와 도시화로 인해 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장마철에 쓰레기 문제가 왜 심각해지는지, 주요 원인과 구조,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까지 폭넓게 다룬다. 단순한 비닐 하나가 강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고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장마철 도심 쓰레기 문제

장마철 쓰레기 배출의 구조적 원인

비가 많이 오면 도로와 인도에 쌓인 각종 쓰레기들이 하수구나 배수구를 통해 유입된다. 한국의 대부분 도시에서는 생활 하수와 빗물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처리하는 합류식 하수관이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이 구조는 평상시에는 문제없지만, 집중호우 시 하수처리장이 처리할 수 없는 물의 양이 넘치게 되면, 오염된 물이 그대로 하천이나 바다로 방출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더불어, 도심 곳곳에 설치된 우수관(빗물관)은 비가 올 때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곧장 외부 수로로 흘러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때, 우수관에 담긴 빗물에는 도로 위 담배꽁초, 플라스틱 조각, 고무 파편, 미세먼지, 폐기물 등 다양한 오염원이 섞여 있다. 평소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장마철 폭우와 함께 이 모든 쓰레기들이 단숨에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다.

비닐봉지와 포장 폐기물, 장마철에 더 위험한 이유

비닐봉지는 장마철 쓰레기 중 가장 문제가 되는 폐기물 중 하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볍고, 잘 찢기고, 잘 떠다닌다. 우산을 들고 이동하면서 소비한 편의점 도시락, 배달 음식, 마트에서 장을 본 후 남은 비닐 포장재 등이 장마철이면 빗물에 그대로 쓸려가 하수구로 들어간다.

특히 문제는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류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비닐이 재활용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음식물 오염, 라벨 미분리, 다층 구조 등의 이유로 재활용률이 매우 낮다. 장마철 비닐 쓰레기는 재활용이 아닌 ‘오염된 쓰레기’로 분류되어 거의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또한 플라스틱 용기와 스티로폼 역시 문제가 된다. 장마철엔 배달음식 수요가 많아지는데, 비 오는 날 치킨, 족발, 국물 음식 등은 거의 대부분 스티로폼 박스와 플라스틱 용기로 포장된다. 이런 쓰레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이면, 결국 바람과 빗물에 의해 외부로 노출되어 장마 때 대량 유출된다.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 쓰레기, 어디로 가나?

장마철에 쓸려 내려간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 가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으로 분해된다. 햇빛과 파도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 플라스틱은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작아지며, 해양 생물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게 된다.

한국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 근해에서도 어류와 패류, 해양생물의 장기 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이들은 해양 생물의 소화기관을 막거나 영양섭취를 방해하고, 장기적으로 생식기능 저하 및 폐사를 유도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해산물을 소비하는 인간에게도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즉, 장마철에 분리수거하지 않은 비닐봉지 하나가 결국 우리의 밥상 위 생선이나 조개 속으로 돌아오게 되는 구조다. 이것은 단순한 환경오염이 아닌, 인체 건강과 직결된 순환 시스템의 붕괴이기도 하다.

장마철 쓰레기 문제를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

길거리 쓰레기통 확충 및 유지관리 개선
한국의 도시에는 쓰레기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길가에 무단투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장마철에는 쓰레기통에 뚜껑이 없거나, 비에 젖은 쓰레기가 넘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환경오염으로 직결된다. 지자체는 비 오는 날 쓰레기통 수거 횟수를 늘리고, 뚜껑이 있는 방수형 쓰레기통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비닐 사용 줄이기 캠페인
소비자는 장마철에도 장바구니, 다회용 우산 커버, 천가방 등을 통해 비닐봉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 포장 최소화 요청란을 적극 활용하거나, 친환경 포장을 제공하는 업체를 선택하는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

 

빗물받이와 하수구 관리 참여
각 지자체는 장마철을 앞두고 ‘빗물받이 청소의 날’을 운영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하수구 주변의 낙엽,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은 우수관으로의 오염원 유입을 직접 줄이는 효과적인 실천이다.

분리배출 정확하게 하기

비가 오는 날에는 특히 젖은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혼합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 젖은 종이나 비닐,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마철일수록 쓰레기를 배출할 때 더 철저하게 구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장마, 그리고 쓰레기 문제의 연결고리

최근 몇 년간 장마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6~7월에 걸쳐 지속되던 장마가 짧고 강한 집중호우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단시간 내 배수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배수관을 통해 유입되는 쓰레기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23년 서울의 경우, 장마 시작 3일 동안 하수도에서 수거된 쓰레기만 1,500톤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은 앞으로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단지 "비가 많이 왔네"라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 비가 어디를 지나 어떤 쓰레기를 실어 나르고 있는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론

장마철의 쓰레기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도시의 구조, 소비문화, 인식 부족, 기후 변화가 모두 얽혀 있는 복합적 문제다. 그러나 그 해결의 실마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드는 선택, 재활용품을 깨끗이 배출하는 습관, 빗물받이에 쌓인 낙엽 하나를 치우는 행동 등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장마철에도 깨끗한 하천과 바다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쓴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가? 결국은 우리의 강으로, 바다로,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장마철이 단지 꿉꿉한 계절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돌아봐야 할 환경의 거울이 된 지금. 쓰레기와 함께 흘러가는 것은 우리의 책임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