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비행기는 즐겁지만 탄소는 무겁다 – 제로웨이스트 여행법

evrdaysc 2025. 7. 16. 07:00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과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동시에, 그 즐거움 뒤에는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환경적 비용이 존재한다. 특히 항공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비행기 운항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면세점 쇼핑과 기념품 소비는 무심코 쓰레기를 양산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집안에서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도 쓰레기를 줄이고, 더 지속가능한 선택을 실천하는 삶의 태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여행객이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고 있지만, 그 여정이 반드시 환경을 해치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가능한가? 그 답은 ‘완벽하진 않지만, 실천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로웨이스트여행

하늘을 나는 탄소 배출, 비행의 환경 비용

항공기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장거리 비행 한 번에 개인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수백 kg에서 1톤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저비용항공의 확산과 항공권 가격 하락은 단거리 비행의 빈도를 높여 탄소 배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는 비행 자체가 아니라, 그 빈도와 무심한 소비다. 한 해 수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며 탄소 발자국을 반복해서 남기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가를 질문해야 한다. 또한 비행 중 기내식, 플라스틱 포장, 이어폰 등 일회용품의 남용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한 채 폐기되며, 환경에 부담을 준다. 기내에서 제공되는 플라스틱 식기나 음료 컵은 비행마다 수천 개씩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처럼 비행은 단순한 교통 이동을 넘어, 여행 전반의 소비 습관과 연결된 환경 문제다.

물론, 현실적으로 비행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행지 선택에 있어 단거리 이동을 고려하거나, 한 번의 장거리 여행을 길게 계획해 이동 횟수를 줄이는 식의 선택은 가능하다. 또한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철도와 버스를 혼합한 저탄소 이동을 고민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실천이다. 최근에는 항공사들이 ‘탄소중립 항공권’을 제공하기도 하며, 여행자가 자발적으로 기후 기금에 기부해 자신의 배출량을 상쇄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면세점 쇼핑, 진짜 필요할까? 기념품 소비의 그림자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 중 하나가 바로 면세점 쇼핑과 기념품 구매다. 하지만 여기에도 우리가 놓치기 쉬운 환경 문제가 숨어 있다. 화려하게 진열된 화장품, 주류, 향수, 잡화들은 대부분 과대 포장되어 있으며,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기념품은 무의미한 폐기물로 전락하기 쉽다.

기념품 시장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여행의 증명’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그것이 꼭 물질이어야 할까? 현지에서 플라스틱 키링이나 캐릭터 상품을 사는 대신, 지역의 수공예품이나 친환경 재료로 만든 로컬 상품을 선택하면 훨씬 더 의미 있는 소비가 될 수 있다. 또는 아예 물건 대신 사진, 글, 녹음 등 무형의 기록으로 여행을 남기는 것도 제로웨이스트적인 방식이다.

면세점에서의 충동구매 또한 돌아보아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단지 ‘싸니까’ ‘여행이니까’라는 이유로 구입하는 소비 습관은 환경에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 있다. 포장을 벗겨보지도 않고 버려지는 화장품 샘플, 한 번 사용하고 끝나는 여행용 용기 등은 실제로 그 효용보다 환경 비용이 더 크다. 특히, 대부분의 기념품은 플라스틱과 금속, 염료가 혼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고, 실제로 현지 주민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념품의 생산과 유통도 엄연한 탄소 활동이며, 이러한 소비를 반복할수록 전 세계 관광지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현실은 더욱 심각해진다.

더 건강한 여행을 위한 선택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선택과 준비만으로도 여행이 훨씬 더 친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용 텀블러, 포크, 장바구니, 손수건 등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일회용품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숙소를 선택할 때도 세탁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지 않거나, 수건을 매일 바꾸지 않는 것 또한 실천이다.

숙소 예약 시에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거나, 현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지에서 지역 음식을 먹고,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로컬 가게를 이용하는 것 역시 지역 경제를 돕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이중 효과가 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춰 종이 가이드북이나 인쇄된 티켓을 줄이고, 모바일 티켓과 앱을 활용하는 것도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한 방식이다. 요즘은 전자 여권, 디지털 수하물 태그 등 기술적 방법도 많아졌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일회용 위생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고체 치약, 샴푸 바, 리필 가능한 보틀을 사용하는 것도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인 선택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 지금부터 연습해야 할 삶의 방식

결국 제로웨이스트 여행이란 절제된 소비, 의식 있는 선택, 사후 책임까지 고려하는 여행의 태도를 말한다. 이 태도는 단순히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넘어, 여행자 자신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과소비와 과잉기념에서 벗어나 진짜 경험에 집중하면, 여행의 의미는 더 깊어진다.

여행은 순간이지만, 그 흔적은 오래 남는다. 누군가의 기억이 아름다웠던 여행이 다른 생명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한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 하나의 기념품을 거절하는 마음, 한 번 덜 나는 비행을 선택하는 용기—그 모든 것이 모여 더 건강한 지구로 이어진다.

이제는 ‘잘 떠나는 것’보다, ‘잘 남기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다음 여행이 또 하나의 소비가 아닌, 지속 가능한 발자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