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워터밤이 남긴 건 무엇일까? 제로웨이스트로 본 여름 공연의 그림자

evrdaysc 2025. 7. 16. 13:11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는 대표적인 음악 축제, 워터밤과 흠뻑쇼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단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무대에 물총과 물세례가 더해져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일종의 여름 ‘통과의례’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화려하고 짜릿한 축제의 이면에는 지속 가능한 관람 문화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환경 문제가 존재한다.

지난 워터밤 행사 하루 동안 약 300~400톤의 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약 500 가구가 하루 동안 쓰는 생활용에 해당한다. 물을 분사하고 뿌리는 것이 공연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관객 한 사람당 수십 리터의 물이 소비되며, 이 물은 별도의 정화나 회수 과정 없이 하수구로 흘러간다. 단순한 소모를 넘어, 음용 가능한 수돗물이 아무런 절차 없이 낭비되는 구조인 것이다.

물 사용의 비효율성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는 소모성 플라스틱 쓰레기다. 워터밤과 흠뻑쇼는 대체로 관객들이 물총을 준비해 입장하며, 일부는 현장에서 대여하거나 기념 굿즈로 구매한다. 대부분 저가형 PVC나 ABS 플라스틱 재질의 물총은 한두 번 사용 후 쉽게 고장 나 버려지며, 수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현장에 방치되거나 일반폐기물로 전환된다. 일회용 우비, 방수 포장재, 비닐백, 페트병까지, 이러한 공연이 끝난 뒤 수천 개의 일회용 쓰레기들이 그대로 남는다.

이런 축제형 공연은 일회성이 강한 소비문화와 닮아 있다. 공연 당일의 재미와 분위기를 위해 대량의 자원과 에너지가 투입되지만, 그만큼의 환경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 사회와 자연 생태계가 감당하게 된다. 이처럼 콘서트 산업이 점점 대형화되고, 상업화되는 흐름 속에서 ‘환경’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워터밤공연과-제로웨이스트

물놀이형 콘서트는 정말 필수적인가?

기획사 입장에서 물을 활용한 퍼포먼스는 화려한 비주얼과 관객의 체험 요소를 극대화하는 수단이다. 공연 장면이 SNS에서 확산되며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물을 뿌리는 연출은 일종의 유행처럼 퍼졌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워터밤' 형태의 이벤트가 대형 쇼핑몰, 브랜드 행사, 기업 홍보 등으로 확장되며 상업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방식이 꼭 필요할까? 음악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물 낭비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 문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벤트성 자극보다 내실 있는 연출, 관객과의 교감, 음악 본연의 메시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흠뻑쇼와 같이 특정 가수의 시그니처 공연이 된 경우, 팬들 사이에서 이 연출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공연장이 실외가 아니라 실내인 경우에도 물을 사용하는 구조는 안전 문제와 자원 낭비 모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 공연에서는 인근 지역에 가뭄 경보가 내려졌음에도 대형 물탱크가 설치되어 공연용 물을 공급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지역사회와의 공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규모 지역 공연이나 이벤트에서조차 워터 콘셉트를 흉내 내면서, 충분한 처리 시스템 없이 대량의 물이 거리와 도로에 쏟아지고, 그대로 배출되거나 오염수를 만들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관객들의 물총 싸움으로 인한 부상, 장비 파손, 안전사고 위험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화려함 대신 지속 가능함을 선택하는 공연

물과 플라스틱이 빠진 공연은 재미없을까? 최근 몇몇 공연은 제로웨이스트 콘서트를 실험적으로 도입하며 새로운 관람 문화를 제안하고 있다. 서울의 한 인디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통해 일회용 물품 사용을 금지하고, 개인 텀블러와 우비를 지참한 관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무대 연출도 물이나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조명, 영상, 퍼포먼스에 집중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BTS의 일부 해외 투어는 ‘에코 파트너십’을 통해 공연장 내 플라스틱 음료 컵을 생분해 소재로 대체하거나, 일회용 포장을 줄이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팬덤 문화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관객 스스로도 환경을 고려한 소비와 행동을 선택하는 계기가 된다.

글로벌 페스티벌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은 2019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병 판매를 금지하고, 관객들에게 재사용 가능한 컵과 식기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대 설치 역시 재활용 가능한 구조물로 구성하며, 공연이 끝난 후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역 청소 봉사단과 협업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도들은 단지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공연 문화 전체의 방향성과 태도를 바꾸는 기반이 된다. 즉, ‘화려함’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는 공연 산업의 자성이다.
물 없이도 뜨거운 열기, 쓰레기 없이도 남을 감동. 이것이 진짜 지속 가능한 콘서트가 아닐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건강한 공연 문화

관객 한 사람의 선택이 공연 문화 전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모두가 한 걸음씩 실천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물총을 챙기기보다 현장에서 대여한 후 반납하거나, 아예 공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려는 태도도 의미 있는 출발이다. 일회용 우비 대신 다회용 방수 재킷을 활용하고, 공연 중 사용하는 음료수도 개인 텀블러에 담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연장 내 굿즈 구매 또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구매한 후 바로 잊히는 상품보다, 오래 쓰고 간직할 수 있는 실용적 기념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팬클럽 차원에서도 친환경 응원 문화를 고민하고, 소모성 현수막보다 디지털 응원, 소셜 메시지 활용 등도 고려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관객이 직접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아티스트와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 챌린지에 동참하는 방식도 긍정적인 흐름이다. 실제로 일부 팬덤은 공연 수익 일부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거나, 공연장 인근 정화 활동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며 '환경을 위한 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 스스로의 소비가 남기는 흔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워터밤과 흠뻑쇼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기억이지만, 그 즐거움이 다른 생명과 지구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 가능한 공연 문화는 단지 제작자의 몫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