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종이테이프 vs 비닐테이프 – 진짜 환경을 위한건 무엇일까?

evrdaysc 2025. 6. 30. 19:58

택배 상자를 받아 열기 시작할때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테이프'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테이프는 단순히 상자를 밀봉하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삶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테이프가 붙은 박스는 재활용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비닐테이프보다 종이테이프가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두 테이프는 환경적 측면에서 결코 단순하지 않은 차이를 가진다.

이 글에서는 종이테이프와 비닐테이프의 환경적 영향, 재활용 가능성, 실용성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환경을-위한-종이테이프

비닐테이프 – 너무 편하지만 마음한구석이 불편해

투명 테이프, 은색 박스 테이프, 컬러 포장 테이프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테이프는 모두 비닐(플라스틱) 기반이다.
일반적으로 폴리프로필렌(PP) 또는 폴리에스터(PE) 필름으로 만들어지며,
접착제로는 고무 계열이나 아크릴 계열의 접착제가 사용된다.
이러한 비닐테이프는 접착력이 강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대량 생산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가정, 사무실, 택배 포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제점이 많다.
우선, 재활용이 어렵다.
비닐테이프가 붙어 있는 종이박스는 테이프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재활용센터에서 오염된 폐기물로 분류되어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된다.

둘째, 소각 시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
고무 계열 접착제와 합성 필름은 연소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 화학물질을 방출하여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생분해되지 않는다.
비닐테이프는 자연 상태에서 100년 이상 분해되지 않으며, 분해되더라도 미세플라스틱으로 남아
바다 생물과 생태계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즉, 비닐테이프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는 장기적인 폐기물 문제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는 소재다.

종이테이프 – 보기에는 괜찮아보이지만 정말로 그럴까?

종이테이프는 말 그대로 크래프트지(갈색 종이) 또는 재생지에 접착제를 붙인 테이프다.
종류에 따라 무코팅형, 수분 활성형(물을 적시면 붙는 방식),
또는 자연 유래 접착제를 사용한 제품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방수 기능이 약간 있는 제품이나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테이프도 있다.

종이테이프의 가장 큰 장점은 박스와 함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닐테이프처럼 떼어내지 않고도 상자째로 재활용통에 넣을 수 있으며,
소각 시 유해 가스 발생이 거의 없고,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

실제로 친환경 브랜드, 리필숍, 소형 온라인몰 등에서는
지속 가능한 포장을 위해 종이테이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제품 패키지에 "종이테이프 사용"을 강조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첫째, 가격이 비싸다.
종이테이프는 비닐테이프보다 1.5~2배 이상 비싼 경우가 많아
잦은 발송이 필요한 소규모 사업자나 개인에게는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

둘째, 방수력이 약하다.
포장 과정에서 비나 습기에 노출되면 테이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배송이나 국제 배송에는 여전히 비닐테이프가 선호되기도 한다.

비닐테이프와 종이테이프, 큰 차이가 날까?

“테이프 하나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하루 평균 1,000만 건 이상의 택배가 발송되고 있으며,
택배 1건당 약 1미터의 테이프가 사용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6억 미터의 테이프, 대부분이 비닐 소재다.

이 중 절반만 종이테이프로 바뀌어도 연 수천 톤 이상의 비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이 기반 포장재는 재활용이 더 쉬워져 재활용 시스템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즉, 테이프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실제로는 큰 차이를 만드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함께 고려할 점

종이테이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의 실천이 필요하다.

판매자는

  • 최소한의 테이프만 사용하고
  • 인쇄나 코팅이 적은 친환경 종이테이프를 선택하며
  • 불필요한 플라스틱 완충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 종이테이프가 붙은 박스를 그대로 종이류로 분리배출하고
  • 코팅이 심하거나 합성소재가 섞인 테이프는 제거하며
  • 주변 사람에게도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 사용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

이처럼 양쪽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우리는 더 지속 가능한 포장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결론 – 작지만 분명한 변화, 테이프에서 시작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한 삶은 거창한 변화로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가 늘 쓰는 ‘테이프’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실천이 될 수 있다.

종이테이프를 선택하는 건 단지 예쁘거나 유행을 따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행동이다.

물론 종이테이프도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그 끝이 일반 비닐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이며,
수요가 늘수록 생산 단가도 낮아져 접근성도 점점 좋아질 것이다.

다음에 택배를 보내거나, 선물을 포장하거나, 상자를 붙일 일이 생긴다면 이 한 가지 질문만 해보자.
"조금 더 환경 친화적으로 포장할 수는 없을까?"

그 대답이 '예'라면 종이테이프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우리의 제로웨이스트 여정에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