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실천, 하루에 쓰는 비닐 줄이기 - 7일간의 도전

evrdaysc 2025. 6. 25. 00:38

 

매일 우리는 비닐을 사용한다. 너무도 익숙하게, 무의식적으로. 장을 볼 때 사용하는 일회용 봉지, 택배 포장 비닐, 편의점에서 받은 샌드위치 비닐까지. 어느 순간부터 비닐은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루에 비닐을 몇 개나 사용할까?”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나는 작은 실험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하루에 비닐을 몇 개까지 줄일 수 있을까?' 실험이다. 이 실험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캠페인이 아니다. 내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는 첫걸음이다. 아래는 내가 직접 체험한 7일간의 기록이며, 그 안에는 깨달음과 실패, 그리고 작지만 강력한 변화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제로웨이스트-실천-하루-비닐의-양-줄이기

 1일 차 – 내가 쓰는 비닐을 전부 기록해 봤다 

실험 첫날은 그 어떤 행동도 수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평소처럼’ 행동하면서 내가 사용하는 비닐의 양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기록했다. 아침에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샀다. 두 겹의 비닐 포장이 되어 있었다. 점심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포장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그 안에 비닐랩과 일회용 비닐백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후에는 택배가 도착했고, 작은 물건 하나에 감싸진 비닐이 세 겹이나 되었다. 장을 보러 갔을 땐, 채소마다 비닐봉지를 따로 사용했고, 계산할 때는 이 모든 걸 담기 위한 큰 비닐봉지를 또 하나 받았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루 동안 사용한 비닐은 총 9개였다. 평소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다소 충격적이었다. ‘나는 매일 쓰레기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내고 있었구나’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제로웨이스트란 쉬운 게 아니구나. 

2일 차 – 첫 번째 변화: 장바구니를 챙겼다 

둘째 날, 나는 가방 안에 접이식 장바구니를 하나 넣어두었다. 사실 이건 꽤 오래전부터 있던 물건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다르다. 장을 볼 때마다 장바구니를 꺼냈고, 채소는 가능한 한 묶음으로 구매해 추가 포장이 필요 없도록 했다. 점심은 도시락 대신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했고, 커피도 개인 텀블러에 받아 마셨다.

택배는 어쩔 수 없었지만, 포장 요청 시 ‘최소 포장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남겨보았다. 택배 포장이 어떻게 도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택배 포장만 줄여도 제로웨이스트에 금방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날 내가 사용한 비닐은 총 3개. 하루 만에 6개를 줄였다.

3~5일 차 – 비닐 줄이기 실천 궤도에 오른 날들

셋째 날부터는 생활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비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아이템들을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나름의 루틴이 생겨났다. 우선 장을 볼 때 사용할 천주머니를 2개 준비했다. 과일이나 채소를 담을 때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 대신 천주머니를 사용하니 눈에 띄게 비닐 소비가 줄었다.

도시락은 전날 저녁에 준비해 밀폐용기에 담아 갔다. 음식물 포장을 피할 수 있었고, 쓰레기도 줄었다. 커피는 가능한 한 매장 내에서 머그잔으로 마시거나, 외출 시에는 텀블러를 지참했다. 종이컵에 감싸진 비닐 컵 홀더 하나까지 줄일 수 있었다.

넷째 날엔 손수건을 준비했다. 보통 나는 외출 후 물티슈를 많이 사용했는데, 손수건을 대체재로 쓰면서 비닐이 포함된 물티슈 사용이 줄어들었다. 다섯째 날엔 회사 탕비실에서 쓰던 작은 지퍼백을 멈췄고, 대신 작은 플라스틱 통을 사용했다. 매번 손이 가는 작은 것들이 모두 비닐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시점부터 나는 ‘비닐 소비를 줄이는 습관’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무심코 비닐봉지를 챙기던 행동이, 이제는 장바구니나 천주머니를 먼저 찾는 행동으로 바뀌고 있었다.

 6~7일 차 –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운 하루

여섯째 날, 나는 하루 동안 외식을 하지 않고 전 식사를 집에서 해결했다. 일회용 포장을 모두 피할 수 있었고, 장도 전날 미리 봐두었던 덕분에 비닐 사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었다. 다만 냉동식품 하나를 데우면서 비닐 포장이 포함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비록 완전한 제로는 아니었지만, 의도적인 행동으로 비닐 사용을 단 1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거의 제로웨이스트에 근접한 것이다.

마지막 날인 일곱째 날엔 ‘비닐 없는 하루’를 목표로 도전했다. 도시락, 커피, 간식까지 전부 사전에 준비해 비닐과 접촉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회사 회의 시간에 제공된 간식이 비닐 포장된 과자였던 것이다. 예의상 거절하지 못하고 먹었지만, 그 하나 때문에 완전한 비닐 제로에 실패했다. 하지만 실망은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7일 동안 비닐 사용량을 80% 이상 줄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한 성과였고, 나 자신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실험 결과 요약표

날짜                                           사용한 비닐 개수            주요 대체 방법
1일차 9개 없음 (기록만)
2일차 3개 장바구니, 텀블러
3일차 2개 천주머니, 도시락
4일차 2개 손수건, 개인 용기
5일차 1개 외식 최소화
6일차 1개 냉동식품 제외 완벽
7일차 1개 예상치 못한 간식

 

 

실험 후 느낀 점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비닐을 줄이는 실험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었다. 이 경험은 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비닐을 줄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작은 습관의 힘’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완벽할 수 없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이 실험을 통해 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믿는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하루 동안 사용하는 비닐을 한 번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 줄이기 위한 첫걸음은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제로웨이스트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장바구니를 챙기고, 손수건을 사용하는 그 작은 습관들이 진짜 변화를 만든다. 지금부터 하루에 비닐 몇 개 줄일 수 있을지,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