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쓰레기통 없는 한국의 거리, 제로웨이스트로 바꾸는 생활 습관

evrdaysc 2025. 7. 6. 23:25

길거리를 걷다 보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길거리 쓰레기통의 부재’다.
작은 종이조각 하나, 마신 커피컵 하나를 손에 들고 한참을 걷다가도
쓰레기통 하나 찾지 못해 결국 가방 속에 넣거나, 무심코 주변에 놓아두고 마는 경우가 있다.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는 현실은 결국 거리 곳곳의 불법 투기, 환경 미관 저해, 시민 불편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길거리 쓰레기통 줄이기’를 통해 무단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방식은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특히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의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시민들조차,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하는가?'라는 실용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길거리 쓰레기통 부족 현황과 그 원인,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실천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심층적으로 고심해 보았다. 

쓰레기통-없는-한국의-거리

한국에는 왜 길거리 쓰레기통이 없을까?

한국은 다른 나라, 특히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 어렵다.
지하철역 근처나 공공기관 앞, 일부 공원 등에만 제한적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그 외 도심 보행로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편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종량제 정책 구조
    가정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야 하는데, 공공 쓰레기통이 많아지면
    일반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무단 투기’가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 말 서울시는 쓰레기통을 줄이거나 없애는 정책을 펼쳤고,
    이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2. 분리배출 미비로 인한 청결 문제
    일반 쓰레기통에 음식물, 재활용, 일반 쓰레기 등이 뒤섞이면서
    악취, 오염, 해충 발생 등 위생 문제가 대두됐다.
    담당 구청은 자원 낭비와 관리 부담을 이유로 정기 철거를 단행하기도 했다.
  3. 관리 예산 및 인력 부족
    쓰레기통 설치는 쉬우나 관리에는 인력과 비용이 꾸준히 투입되어야 한다.
    일부 자치구는 쓰레기통 하나당 연간 관리비가 100만 원 이상 든다는 이유로
    아예 예산을 줄이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사례도 있다.

시민의 불편과 환경 문제로 이어지는 현실

길거리 쓰레기통이 없으면, 시민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첫 번째는 쓰레기를 가방에 넣어 집에 가져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근처 아무 장소에 슬며시 놓거나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를 선택한다.

이러한 상황은 도시 미관 훼손, 불법 투기 증가, 노숙인 건강 위협, 청소노동자의 부담 증가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일회용 커피컵, 배달 포장 쓰레기,
마스크 같은 생활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거리 환경은 더 악화되었다.

한편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들은 종종 개인 쓰레기를 되가져가기도 하지만,
일반 시민이 일상적으로 따라 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이런 불편은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쓰레기통 정책은 어떨까?

일본

일본도 한때 길거리 쓰레기통이 많지 않은 나라로 알려졌지만,
도시 중심지나 관광지에는 재활용 중심 분리배출 쓰레기통을 적극 도입했다.
분리배출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고, 관리와 교육이 병행되어 효과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유럽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곳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되,
종류별로 나눈 다구획 쓰레기통을 운영한다.
또한 플라스틱 병은 매장으로 다시 반납하면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쓰레기 자원화율을 높인다.

미국

미국은 주 및 도시마다 정책이 다르지만,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들은
재활용 중심의 길거리 쓰레기통을 확대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가 청결 유지에 동참한다.
일부 지역은 ‘스마트 쓰레기통’을 설치해, 자동 압축 및 수거 신호 기능을 탑재하기도 한다.

길거리 쓰레기통 부족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가능한가?

쓰레기통이 없는 현실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불가능할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쓰레기통의 부재는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습관”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래는 한국의 현실에서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식이다.

1. “되가져오기” 원칙 실천

음료 컵, 간식 포장지, 마스크 등 개인 쓰레기를 작은 파우치나 빈 지퍼백에 넣어 가져가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이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행동이다.

2. 텀블러, 다회용기 활용

길거리 음식이나 음료 구매 시, 개인 텀블러나 도시락 용기를 사용하면
쓰레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일부 카페에서는 텀블러 지참 시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3. 포장 없는 간식 선택

개봉 후 버릴 포장지가 없는 간식(과일, 베이커리 등)을 선택하거나
제로웨이스트 상점에서 포장 없이 가져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쓰레기통 위치 정보 공유

서울시, 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쓰레기통 위치 앱이나 지도를 운영 중이다.
이런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동선을 짜면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변화: ‘제로웨이스트형 쓰레기통’

길거리 쓰레기통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다만 무분별하게 늘리기보다는,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기능을 갖춘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 분리배출형 쓰레기통: 플라스틱·캔·일반쓰레기 구분
  • 수거 이력 공개 시스템: 시민들이 참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리 방식
  • 기업과 협력한 ‘입점형’ 쓰레기통: 편의점·카페 입구 등에 설치해 관리 효율성 확보
  • 쓰레기통이 아니라 ‘자원 회수함’으로 명칭 전환: 인식 개선 유도

또한 지자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 시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시민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캠페인도 효과적
일 수 있다.

결론

길거리 쓰레기통 부족 문제는 단순히 행정상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시의 구조적 문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쓰레기통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개인의 습관과 행정 시스템이 함께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기 위해,
또는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은 분명 존재한다.
그 실천이 모이고, 제도가 조금씩 바뀐다면,
한국에서도 길거리 쓰레기통 없이도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