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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가죽의 종류와 특징, 동물의 희생 없이 만드는 새로운 선택

evrdaysc 2025. 7. 5. 14:31

가죽은 오랜 세월 동안 패션과 인테리어에서 고급스럽고 내구성 있는 소재로 인식되어 왔다. 가죽 가방, 지갑, 신발, 소파 등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동물의 희생과 환경 문제라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가죽 생산 과정에서는 동물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은 물론, 대량의 물 소비, 유해 화학약품, 탄소 배출 등 다양한 환경적 문제가 함께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비건 가죽(Vegan Leather)’이다. 비건 가죽은 동물성 원료 없이 만들어진 가죽 대체 소재로,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점점 더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PVC나 PU 등 플라스틱 기반의 합성가죽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자연에서 온 재료를 활용한 식물성 가죽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비건 가죽이 무엇인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각 소재의 장단점과 실제 적용 사례까지 소개하며, 더 나은 소비를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건-가죽의-종류와-특징

비건 가죽이란?

비건 가죽은 이름 그대로 동물성 원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가죽 대체 소재다. 전통적인 천연가죽이 소, 양, 염소 등 동물의 가죽을 가공한 것이라면, 비건 가죽은 식물, 재활용 자원, 또는 합성 섬유를 활용하여 만들어진다. 중요한 점은 단지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만이 아니라, 환경에도 덜 해로운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주로 폴리우레탄(PU) 기반의 합성가죽이 비건 가죽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는 파인애플, 버섯, 선인장, 사과 껍질 같은 자연 유래 성분을 활용한 생분해성 소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식물성 가죽은 사용 후 폐기 시에도 환경에 부담이 덜하며, 생산 과정에서도 유해 화학물질 사용이 적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비건 가죽의 종류와 특징

1. 파인애플 가죽 (Piñatex)

파인애플 가죽은 필리핀산 파인애플 잎의 섬유질을 활용하여 만든 친환경 소재다. 농업 부산물로 버려지던 잎을 재활용하므로 추가 경작지나 물 소비 없이 자원 순환의 장점을 갖는다.

Piñatex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가방·신발·의류에 널리 활용된다. 색상이나 질감 표현도 우수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소재다. 단점으로는 내수성이 천연가죽보다 약하다는 점이 있으며, 방수 기능을 추가할 경우 소량의 합성수지를 사용할 수도 있다.

2. 버섯 가죽 (Mylo, Muskin)

버섯에서 추출한 균사체(mycelium)로 만든 가죽이다. 실험실에서 곰팡이균을 배양하여 가죽처럼 압축하고, 특수 처리 과정을 통해 질감을 구현한다. 버섯 가죽은 가볍고 부드러우며, 천연 가죽과 매우 유사한 질감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버섯 가죽은 생분해 가능하며, 탄소 발자국도 낮다. 그러나 아직 대량 생산이 어렵고, 가격이 높다는 점이 상용화의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일부 하이엔드 브랜드와 협업하여 가방, 카드지갑 등 소형 제품 위주로 출시되고 있다.

3. 선인장 가죽 (Desserto)

멕시코의 선인장 농장에서 자란 넓은 잎을 가공해 만든 가죽이다. 선인장은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물 소비가 적고, 농약도 거의 필요 없다.

Desserto라는 브랜드가 선두주자로, 다양한 색상과 두께로 가공이 가능해 지갑, 가방, 신발뿐 아니라 자동차 인테리어에도 활용된다. 물리적 내구성이 뛰어나고, 자외선 저항력도 있어 야외 제품에 적합하다. 다만 일부 제품은 PU(폴리우레탄) 혼합이 포함돼 100% 생분해가 어려울 수 있다.

4. 사과 가죽 (AppleSkin)

사과즙을 만들고 남은 껍질과 섬유질 부산물을 활용하여 만드는 소재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개발되었으며, 재활용 자원 활용률이 높고, 가볍고 유연하다. 색상 구현이 다양하며 프린트도 잘 입혀져서 의류와 잡화에 모두 적합하다.

사과 가죽은 기존 PU 가죽보다 환경 영향이 적지만, 여전히 소량의 합성 소재가 포함되어 있어 완전한 친환경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천연가죽 대비 30% 이상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5. 와인 가죽 (Vegea)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비건 가죽으로, 포도주 양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포도 껍질, 씨앗, 줄기 등을 활용해 만든다. 와인 산업의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독특한 질감과 색감이 특징이다.

Vegea는 인테리어 소재로도 활용 가능할 정도로 두께와 내구성을 갖췄고, 실제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시험 적용 중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비건 가죽의 장점과 한계

장점

  • 동물성 자원 사용 없음: 도덕적·윤리적 소비 가능
  • 생산 시 탄소 배출 적음: 농업 부산물 활용, 자원 재활용 구조
  • 다양한 디자인 구현 가능: 천연가죽과 유사하거나 더 다양한 색상 구현 가능
  • 생분해 또는 퇴비화 가능성: 일부 소재는 폐기 시 자연 분해됨
  • 비건 인증 확대: 소비자 신뢰도 증가, 비건 인증서 부여 제품 증가 추세

한계

  •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음: 특히 신소재는 개발 단가가 높음
  • 내구성의 차이: 일부 비건 가죽은 천연가죽 대비 수명이 짧거나 스크래치에 취약
  • 일부 제품의 합성 소재 포함: PU나 기타 소재가 혼합되어 완전한 생분해 불가
  • 기술 및 공급망 한계: 대량 생산 및 글로벌 유통이 아직 제한적

비건 가죽 제품을 선택할 때의 팁

  1. 성분 확인: 제품에 포함된 성분(특히 PU 함유 여부)을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2. 인증 마크 확인: PETA 승인, 비건 인증, 생분해성 테스트 인증 등을 참고할 수 있다.
  3. 국내외 브랜드 탐색: 국내에서도 친환경 패션 브랜드가 증가하고 있으며, 수입 브랜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소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4. 실용성과 스타일 고려: 단지 환경을 위한다고 불편한 제품을 고를 필요는 없다. 내구성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찾아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의 비건 가죽 적용 사례

해외에서는 스텔라 맥카트니, 나이키, 애플, BMW 등 대기업들이 비건 가죽 소재를 적용한 제품 라인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2021년부터 Mylo(버섯 가죽)를 적용한 가방을 선보였고, BMW는 실내 시트에 비건 가죽을 사용하는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Vegantiger), 마르헨제이(Marhen.J) 등이 선인장 가죽, 사과 가죽을 활용한 가방, 카드지갑, 파우치 제품을 판매 중이다. 또한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중심으로, 비건 가죽을 소재로 한 소형 소품 제작 워크숍도 늘어나고 있다.

 

가죽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었던 소재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대다. 비건 가죽은 단지 ‘대체 소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를 향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고를 때, 그 선택이 누군가의 생명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 비건 가죽은 바로 그 ‘한 번 더 생각하는 선택’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소재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가격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지갑, 가방, 신발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