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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왜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을까?

evrdaysc 2025. 7. 1. 10:00

오늘날 우리는 플라스틱 제품을 너무도 쉽게 접한다. 장을 볼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부터 식품 포장, 전자기기, 생수병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은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는 낙엽이나 나무처럼 분해되지 않고 수십 년 이상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왜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을까?

이번 글에서는 플라스틱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특성 때문에 쉽게 썩지 않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한다. 

 

플라스틱은 자연과 다른 구조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폴리머'라고 불리는 고분자 화합물로, 동일한 분자 단위가 반복적으로 연결된 긴 사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슬은 일반적으로 탄소 원자 간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열, 빛, 미생물 활동에도 강한 저항성을 가진다. 이런 구조 덕분에 플라스틱은 튼튼하고 오래가지만, 동시에 자연계에서는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유래한 인공 화합물이다. 자연에서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 온 미생물은 나무, 과일, 동물 사체처럼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은 이들에게 낯선 존재다. 그 결과,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갖고 있지 않으며, 자연계에서도 이를 처리할 방법이 거의 없다.

작게 부서진다고 해서 ‘분해’된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이 햇빛이나 바람, 열에 노출되면 변형되거나 부서질 수 있다. 일회용 컵이나 비닐봉지가 바깥에서 점점 갈라지고 조각나는 현상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화학적 분해가 아닌 물리적 파편화일 뿐이다. 겉모양은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본질적인 물질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작게 부서진 플라스틱은 결국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 조각들은 물속에 떠다니거나 토양에 스며들며, 생물의 체내에 들어가기도 한다. 실제로 물고기, 조개, 바닷새가 이를 먹이로 착각해 삼키는 사례가 보고되었고, 일부 미세플라스틱은 식탁으로 돌아와 인간의 몸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자연이 아직 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하는 이유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박테리아가 특정 종류의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PET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발견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느리며, 실험실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 미생물들이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고, 대규모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따라서 오늘날 대부분의 생태계 안에는 플라스틱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생활에서 쓰이는 플라스틱의 양과 성질이 자연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분해’라는 단어가 항상 자연 분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PLA 같은 식물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이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져 ‘생분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이런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고온, 고습, 미생물이 활발한 산업용 퇴비 시설이 필요하다.

즉, 일반 가정에서 배출하거나 공원 흙에 묻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기존 플라스틱처럼 환경에 장기간 남아 있을 수 있다.
결국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어떻게, 어디서 폐기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으면, 그 흔적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에 남는다.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조각나 미세플라스틱이 되며,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물고기와 조개류, 플랑크톤이 이를 섭취하고,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전달된다.

육지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수십 년 이상 분해되지 않고 쌓이며,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소각할 경우에는 유해한 화학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해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마디로, 잘 썩지 않는다는 특성 하나만으로도 플라스틱은 전 지구적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

왜 이런 플라스틱을 여전히 쓰고 있을까?

플라스틱이 이렇게 환경에 부담이 되는 소재인데도 여전히 우리 생활에 사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플라스틱은 싸고 가볍고, 가공이 쉽고, 내구성이 높기 때문이다. 식품 포장뿐만 아니라, 의료, 전자제품, 건축 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체가 어려운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즉, 사용을 중단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전면적으로 대체하기에는 아직 기술적·경제적 과제가 많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느낌이나 경험이 아니라, 분자 구조와 환경 반응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사실이다.
자연에 맡겨두면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기대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플라스틱의 사용을 현명하게 줄이는 것이다.
가능한 경우에는 다회용 제품을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생분해성 제품을 선택하되

올바른 방식으로 폐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결코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플라스틱을 줄이고, 오래 쓰고, 제대로 처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환경을 위한 변화는 거창한 기술보다, 이처럼 작은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