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옷 사지 않기 챌린지 도전, 그리고 깨달은 것

evrdaysc 2025. 7. 1. 13:00

요즘처럼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옷을 사지 않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가지 신상이 쏟아지고, SNS 피드에는 누군가의 OOTD가 넘쳐난다. 그 속에서 나 역시 ‘새 옷’이라는 단어에 무뎌졌고, 한두 벌 때쯤 더 사는 건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패션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는 통계를 접하게 됐다. 자동차보다 많다는 수치를 보고, 나는 단순한 호기심을 실험으로 바꾸기로 했다.
“만약 내가 6개월 동안 옷을 전혀 사지 않는다면, 그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실 적어도 1개월마다 옷을 사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결심이었지만 

어느 날 습관처럼 옷을 사다가 이런 소비습관이 나에게도, 지구에게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천해 보게 되었다.

패션 산업이 남기는 탄소발자국

패션 산업은 겉보기에는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영역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환경적 부담이 숨어 있다.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원료 재배, 섬유 생산, 염색, 봉제, 운송 등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그 모든 단계에서 에너지와 자원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약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4kg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성인이 이틀 이상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이며, 자동차로 약 15km를 달릴 때와 비슷한 탄소량이다.

게다가 우리는 너무 많은 옷을 너무 빠르게 소비하고 있다.
한 사람이 1년에 평균 60~70벌의 옷을 구매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한두 번 입고 방치된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주간 단위로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는 ‘유행’을 따라가느라 소비의 속도를 높이고,
결국 생산과 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옷-사지않기-챌린지-제로웨이스트

‘옷을 사지 않는다’는 결심은 어떻게 시작됐나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조건을 걸었다.
“6개월 동안 옷을 사지 않겠다.”
생각보다 두렵진 않았다. 왜냐하면 내 옷장은 이미 충분히 옷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옷이 없다는 게 아니라, 입을 조합을 생각하지 않거나 늘 새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한 달은 단순한 정리로 시작했다.
안 입는 옷들을 꺼내보고, 잊고 지냈던 셔츠나 바지를 다시 조합해 봤다.
스타일링에 대한 기준을 낮추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옷 안에서 새롭게 조합하는 연습이 되었고
점점 ‘사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몸에 익어갔다.

두 달째부터는 쇼핑몰 앱을 켜는 빈도도 줄었고, 온라인 광고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예전에 왜 이 옷을 안 입었지?” 싶은 옷들이 새롭게 보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6개월 도전, 그리고 3개월 만에 사버린 옷 한 벌

그렇게 무난하게 이어지던 도전은 3개월을 넘기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급격히 더워졌고, 가지고 있던 여름옷 중 일부는 색이 바래거나 형태가 망가져 더는 입기 어려웠다.
수선도 고민했지만, 원단 자체가 많이 상한 상태였다.
결국 며칠을 고민하다가 새로운 반팔 한 벌을 구매했다.

그 순간 잠깐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었다.
전엔 클릭 몇 번으로 바로 결제하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필요한가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었다.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인지 확인했고
신중하게 고른 후에야 구매를 결정했다.

즉, 6개월 목표는 실패했지만, 사고방식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경험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옷을 사지 않으면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실제로 내가 3개월 동안 구매를 멈춘 옷은 평균 소비 기준으로 약 16벌 정도였다.
이를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약 107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인 셈이다.
이 수치는 승용차로 약 520km를 주행했을 때 배출되는 탄소량과 비슷하며,
스마트폰을 1만 회 이상 충전하거나 에어컨을 하루 종일 가동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숫자로 환산해 보니, 단순한 소비 절제가 아닌 환경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이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나처럼 소비자 한 사람이 소비 속도를 늦추면 패션 브랜드에도 변화의 신호를 줄 수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는 약 9,200만 톤의 옷이 버려지며, 그중 절반 이상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개인의 작은 실천은 ‘적게 사고, 오래 입는’ 소비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옷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패션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옷을 좋아하고, 스타일링을 즐긴다. 
하지만 이제는 '사야만 새롭다'는 생각 대신, 가지고 있는 옷을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데서 오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리폼, 중고 거래, 옷 나눔, 옷 바꿔 입기 등도 모두 패션을 즐기면서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앞으로 옷을 살 때는 정말 필요한지, 오래 입을 수 있는지,
윤리적인 생산 과정인지 등을 고려하려 한다.

옷을 오래 입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이번 도전을 계기로 ‘오래 입는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막연히 옷을 오래 입는다고 믿어왔지만,
사실 그 기준은 1~2년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트렌드에 따라 싫증이 나거나, 약간의 오염이나 늘어짐만으로도 버리는 경우가 있었고,
그조차도 '관리하기 귀찮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의류 하나를 오랫동안 입는다는 건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옷에 애정을 갖고, 필요할 때 손질하고, 적절히 보관하며,
내 몸과 생활 변화에 맞게 활용하는 능동적인 태도가 포함된 개념이다.
한 벌의 셔츠를 5년, 10년 입을 수 있게 만드는 건 결국 소재나 브랜드보다 사용자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나는 이번에 바느질 키트를 처음 사서, 단추가 떨어진 셔츠와 해진 니트의 소매를 직접 수선해 봤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 옷은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애착이 생겼다. 아마 그 옷은 쉽게 버릴 수 없을 것이다.

소비를 줄이면 시간이 생긴다

놀라운 점은,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정신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쇼핑몰 앱을 켜고 수십 분씩 상품을 구경하고 비교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옷을 사지 않겠다는 전제가 생긴 이후에는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산책을 나가고, 이미 가진 물건을 정리하며 지냈다.

구매라는 선택지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내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감각이 더 뚜렷해졌다.
그리고 소비 대신 ‘활용’에 집중하게 되면서 나만의 기준도 조금씩 생겼다.
무언가를 덜 갖는 것이, 반드시 결핍이나 부족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다

요즘 많은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외친다.
리사이클 소재, 친환경 원단, 윤리적 생산 등 다양한 마케팅 문구가 넘쳐난다.
하지만 진짜 지속가능성은 소비자가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이번 실천을 통해 내가 느낀 건, ‘환경 보호’라는 거창한 목표 이전에
내가 어떤 태도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옷 한 벌, 소비 한 번, 검색 한 번에도 세상을 덜어줄 수 있는 선택이 있다면,
나는 앞으로도 그 선택을 조금 더 자주 하고 싶다.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다.
다만 방향이 옳다면, 그걸 계속 이어가는 데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방향을 앞으로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