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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제품 패키지의 현재와 미래

evrdaysc 2025. 7. 9. 21:36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소비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한 컵, 샴푸 한 통, 택배로 도착한 작은 화장품 상자까지, 그 모든 것에는 포장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 포장재는 대부분 쓰레기가 된다. 종종 ‘예쁘다’고 감탄했던 패키지조차, 일회성으로 버려지기엔 참 아이러니한 존재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중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하며,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과 복합재질로 구성된 패키지는 재활용률이 매우 낮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환경 디자인, 그중에서도 지속 가능한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다. 단순히 ‘재활용이 쉬운 소재를 쓰자’는 수준을 넘어서,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설계 전략이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이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되는지, 그리고 실제 기업들의 사례까지 살펴본다. 더불어 개인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패키지를 선택하고 어떤 점을 기준 삼아 판단할 수 있는지도 함께 정리해보려 한다.

지속가능한-제품패키징

왜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이 필요한가?

기존의 제품 포장은 주로 ‘보호’와 ‘브랜딩’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고, 시각적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디자인을 통해 판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는 대부분 비용 효율성을 기준으로 선택되어 왔으며, 그 결과 다층 필름, 발포 플라스틱, 유광 코팅지, 접착제 혼합 등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지기 일쑤였다.

이러한 패키지는 쓰레기가 되었을 때 재활용 공정에서 걸러지고,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결국 ‘잠깐의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이 포장재는, 환경에 수십 년 이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이 구조 자체를 바꾸고자 한다. 자원의 순환을 고려해 설계하고, 재사용 또는 분해가 가능한 구조로 제작하며,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만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즉, 디자인 그 자체가 환경적 책임을 진다는 철학적 전환인 셈이다.

지속 가능한 패키지 디자인의 기본 원칙

  1. 재활용 가능성: 재활용 공정에서 분리·선별이 쉬운 단일 소재 사용
  2. 재사용 가능성: 패키지를 버리지 않고 여러 번 쓸 수 있는 구조 설계
  3. 재생 원료 사용: 폐플라스틱, 폐지, 바이오 원료 등 기존 자원을 순환 사용
  4. 최소화: 불필요한 이중 포장, 부피 과다 포장 등 제거
  5. 생분해성 고려: 자연 분해가 가능한 소재의 도입
  6. 정보의 투명성: 패키지에 재질과 분리배출 정보 명시

이 원칙은 단순히 디자인 요소만이 아니라, 제품 생산의 전 주기에 걸친 설계 접근을 의미한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환경적 영향력을 평가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설루션이 함께 제시되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지속 가능한 패키지 디자인

1. 러시(LUSH) – 포장 없는 고체 제품 전략

영국의 친환경 뷰티 브랜드 러시는 전 세계적으로 ‘패키지 프리(package-free)’ 전략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샴푸, 바디워시, 클렌징 제품을 고체 형태로 만들어 종이나 천으로만 간단히 포장하고, 필요시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반납하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특히 플라스틱 용기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매장 내 수거함을 통해 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디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환경 디자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 이케아(IKEA) – 생분해성 포장재 적용

가구 브랜드 이케아는 발포 스티로폼 대신 ‘버섯 기반 생분해 소재’를 포장재로 활용한 사례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생산 에너지를 줄이고, 사용 후 폐기 시에도 자연 분해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포장 박스 디자인도 효율을 고려해 최소한의 종이와 잉크만을 사용하는 구조로 바뀌었으며, 모듈화 된 형태로 물류 에너지까지 절감하고 있다.

3. CJ제일제당 – 종이 패키지 전환 프로젝트

국내 식품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최근 플라스틱 소스 용기를 종이로 전환하면서 친환경 패키지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단일 종이 구조로 제작되어 100% 재활용 가능하며, 인쇄는 수성 잉크를 사용해 환경 영향을 줄였다.

기존의 유광 코팅, 금박 인쇄 대신 자연 색상을 살린 디자인은 ‘덜 화려하지만 더 정직한’ 제품 이미지로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4. 코카콜라 – 무라벨 생수 출시

코카콜라는 최근 무라벨 생수 제품을 출시하며, 별도의 라벨 없이 뚜껑과 병에 필수 정보만을 인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라벨 제거 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재활용 효율을 크게 높인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재활용 단계의 효율을 고려한 대표적 디자인 혁신 사례로 꼽히며, 플라스틱 병 순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소비자가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은?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은 제조사나 브랜드만의 영역이 아니다. 결국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변화는 가속되거나 멈출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참고해 제품을 고르면,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 단일 재질로 구성되어 있는가? (ex: PP 단독, PET 단독)
  • 분리배출 표시가 명확한가?
  • 이중 포장이 아닌가?
  • 사용 후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인가?
  • 생분해 또는 재생원료 사용 표기가 있는가?

단 한 번의 선택이지만, 그것이 매일 반복될 때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패키지 디자인의 한계와 과제

아직까지 모든 제품에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생분해 소재의 경우 높은 단가와 낮은 내구성, 재활용 체계 미흡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시각적 완성도(광택, 색감, 질감 등)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 소비자의 인식 변화, 기업의 ESG 경영 확산 등에 따라 이러한 한계는 점차 극복되고 있으며, 실제로 더 많은 기업들이 '환경'을 디자인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진전이다.

디자인은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선택의 기준과 소비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품 패키지는 소비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브랜드의 얼굴이며, 동시에 환경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패키지 디자인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가치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더 싸고, 더 눈에 띄는 포장’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더 오래 쓰이고, 더 쉽게 재활용되는 구조’를 고민할 때다.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고, 기업이 이에 응답하며, 정책이 그것을 뒷받침한다면, 디자인은 더 이상 낭비의 수단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을 만드는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오늘 우리가 고른 작은 종이상자 하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