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은 사흘 연속 폭염특보가 발효되며, 여름 한복판에 있을 법한 기온을 초여름에 체감하고 있다. 동시에 “장마가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름철의 대표적인 기후 현상인 장마마저 짧아지고 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계절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기후가 이상하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날씨가 조금 더워졌다는 수준이 아니다. 지구 전체의 기후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으며, 한반도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올해 6월과 7월 초의 극심한 폭염과 눈에 띄게 짧아진 장마는 단발성 이상기후가 아니라 지속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기후가 이렇게 달라진 근본적인 이유, 폭염과 장마의 변화 배경, 그리고 이 현상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환경 실천과 사회적 움직임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한반도 기후의 급격한 변화
한국은 전통적으로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온대성 기후대에 속해왔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기온 상승 속도는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12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약 1.8도 상승했으며, 특히 1990년대 이후 상승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상승 폭(약 1.2도)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또한 여름철 극한 고온일 수(33도 이상)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2000년대 이전에는 한 해 5일 미만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연평균 15일 이상으로 증가했다. 기온 상승은 단순히 더운 날이 많아졌다는 의미를 넘어서, 장마와 폭염의 주기, 강수량, 그리고 계절 간 경계까지 바꾸는 복합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왜 이렇게 빨리 더워졌을까?
폭염의 주된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열섬 현상’과 ‘도시화’, ‘해양 이상현상’ 등의 지역적 요인이 중첩되면서 폭염의 강도와 빈도 모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 열섬 현상은 도시 지역에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축물이 열을 흡수하고 재방출하면서 주변보다 훨씬 높은 기온을 기록하는 현상이다.
- 중국과 몽골 고온 지역의 영향으로 한반도 상공에 형성된 정체된 고기압은 뜨거운 공기를 장시간 머무르게 하며, 공기의 대류를 막아 한낮 기온을 더욱 상승시킨다.
- 여기에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해양 진동 현상이 결합될 경우, 계절 간 기온 분포가 더 왜곡되며 비정상적인 고온이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단지 ‘더운 여름’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이 변형된 새로운 여름을 경험하고 있다.
짧아지는 장마,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장마는 이전과 달리 짧고 불규칙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과 2023년에는 장마가 평균보다 짧거나, 집중적으로 며칠간만 많은 비가 내리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아예 '장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 원인 역시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비정상적 확장에 있다. 이 고기압이 동중국해에서 빠르게 확장되면서, 한반도로 유입되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낸다. 동시에 인도양과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달라지면서, 수증기 이동 경로가 변화하고, 강수 패턴이 일관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예전처럼 3주 이상 지속되던 장마는 1~2주로 단축되거나, 국지적인 집중호우 형태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이 짧아진 장마가 농업, 수자원, 도시 인프라에 연쇄적인 충격을 준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
이례적인 폭염과 짧아진 장마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위기 요인이다. 폭염은 고령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농작물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전력 수요를 폭증시켜 정전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매년 여름 전력 사용량 급증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도 6월부터 전력 수급 경계 단계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장마가 짧아지면 지하수와 저수지의 수량이 줄어들고, 여름철 기후의 핵심 기능인 수분 보충과 토양 안정화 역할이 약화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가을 가뭄, 수확 감소, 그리고 도시의 침수 리스크 증가로 이어진다.
더불어 이러한 기후 변화는 보험 산업, 농업 생산 시스템, 공공 보건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구조 조정을 요구하게 만든다. 즉, 지금의 폭염과 장마 변화는 우리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기후 변화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작지만 실천 가능한 변화로부터 대응을 시작할 수 있다.
- 에너지 절약형 생활로 전환하기: 전기 과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지속가능한 소비 선택: 무포장 제품, 재활용이 쉬운 포장, 지역 먹거리 등을 선택함으로써 물류와 폐기 과정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 녹지와 그늘 공간 확보: 개인 단위에서도 식물을 키우고, 지역사회에서 녹지 공간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기후 위기 인식 교육 확대: 특히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기후 변화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현실임을 알려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국가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 도심 열섬 완화 정책, 물순환 도시 설계, 기후 예보 정확도 개선, 전력 피크 시간대 분산 요금제 도입 등 구조적인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
2025년 여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불규칙한 날씨 속에서 살고 있다. 짧아진 장마는 수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례적인 폭염은 도시의 에너지 시스템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이 변화를 완화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있으며, 일부는 되돌릴 수도 있다. 기후 위기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닌,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응답하는 방법은 거창할 필요 없다. 오늘 하루, 에어컨 온도를 1도 높이고, 포장재 없는 상품을 선택하고,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가는 그 행동이, 더 이상 ‘작은 실천’이 아닌 사회 전체를 바꾸는 시작이 된다.
기후는 바뀌었다. 이제 우리가 바뀔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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