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취미 중 하나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오븐에서 갓 구운 빵이 퍼지는 향을 맡는 순간은 그 자체로 큰 기쁨이 된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쿠키를 굽고, 직접 만든 케이크를 나누는 행위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서 감정과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심코 발생하는 일회용 쓰레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베이킹은 다양한 재료와 도구, 포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회용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 활동이다.
베이킹파우더가 담긴 낱개 포장, 버터 포일, 일회용 짜는 주머니, 유산지, 비닐 포장지, 플라스틱 통과 스티커까지. 한 번의 베이킹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보면, 맛있는 결과물과는 별개로 환경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개념이 바로 제로웨이스트 베이킹이다. 말 그대로, 베이킹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거나 없애고,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굽는 방법을 뜻한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베이킹이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생활 속에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베이킹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회용 쓰레기
베이킹은 그 특성상 다양한 포장재와 일회용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 가장 흔한 것은 소포장 재료다. 베이킹 전용 설탕, 바닐라 익스트랙트, 초콜릿칩, 버터, 생크림 등은 대부분 작은 플라스틱 팩이나 알루미늄 포장지에 담겨 있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런 포장재는 재활용이 어렵고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
또한 유산지, 알루미늄 포일, 일회용 베이킹컵, 짜는 주머니, 비닐 글러브 등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조로 되어 있어 다회 사용이 어렵다. 마카롱이나 쿠키를 포장할 때도 플라스틱 통, 비닐봉지, 리본, 스티커 등이 사용되며, 나눔을 위한 포장이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홈베이킹에 입문한 초보자일수록 포장재와 도구의 소비가 많은 경향이 있다. 이는 곧 베이킹 활동이 의도치 않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량 발생시키는 취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 베이킹이란?
제로웨이스트 베이킹은 단순히 친환경 재료를 쓰는 것이 아니라, 베이킹의 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설계하고 실천하는 방식을 말한다. 재료의 구입부터, 도구 선택, 조리 방식, 남은 음식 처리, 포장까지 모든 단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
이 방식은 단지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재료를 더욱 소중히 다루고,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며, 결과물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는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게다가 쓰레기를 줄이면서도 충분히 멋지고 맛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실천 가능한 친환경 취미로 확산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베이킹 실천 방법
1. 벌크 매장에서 재료 구입하기
가장 기본적인 실천은 소포장 재료 대신 벌크(대량)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밀가루, 설탕, 초콜릿칩, 건과일, 견과류 등은 대부분 제로웨이스트 상점이나 친환경 마트에서 벌크로 판매되고 있으며, 개인 용기나 천 가방을 가져가면 포장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소량으로 필요한 재료는 이웃과 나눠 쓰거나, 홈베이킹 커뮤니티에서 공동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재료의 유통기한을 넘기기 전 사용 가능하고, 불필요한 포장을 줄일 수 있으며 비용도 절감된다.
2. 다회용 도구 사용과 관리
일회용 짜는 주머니, 베이킹컵, 포일 대신 실리콘 재질의 다회용 베이킹 도구를 사용하면 쓰레기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리콘 베이킹 매트는 유산지 없이도 오븐 사용이 가능하며, 세척 후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실리콘 머핀 틀, 마들렌 틀, 파운드케이크 몰드 등도 일회용 베이킹컵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스테인리스 계량스푼, 유리 계량컵, 대나무 주걱 등의 도구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물에 젖어도 변형이 없어 관리하기 쉽다. 도구를 한 번 구매할 때는 다회성과 내구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3. 나눔을 위한 포장도 친환경적으로
베이킹을 하면 지인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이때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지나 스티커 대신 천으로 만든 포장 주머니, 유리병, 종이박스, 생분해성 비닐 등을 사용해 보자. 최근에는 종이 소재로 만든 접이식 케이크 상자, 재사용 가능한 밀봉 클립, 친환경 리본 등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또한 쿠키나 머핀을 기존에 있던 유리병에 담아 리본 하나로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성 있는 선물이 된다. 의미 있는 포장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란 사실을 기억하면, 꼭 새 포장지를 사지 않아도 된다.
베이킹 중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제로웨이스트 베이킹의 핵심이다. 반죽을 남기지 않도록 분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계량 후 남은 재료는 보관 후 다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달걀노른자나 흰자처럼 일부만 쓰고 남는 재료는 별도로 냉장 보관해 다음 요리나 디저트에 활용할 수 있다.
채소나 과일 껍질은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거나, 식용 가능한 경우 설탕에 절여 디저트 재료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과껍질로 만든 시럽, 레몬껍질로 만든 캔디 등은 실제로 홈베이커들 사이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이다. 이렇게 창의적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뿐 아니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전기·가스 사용 줄이는 에너지 절약형 베이킹
베이킹은 오븐 사용이 많아 전력 소모가 큰 취미 중 하나다. 제로웨이스트의 관점에서는 에너지 소비도 고려 대상이 된다. 오븐을 사용할 경우 한 번에 여러 제품을 구우면 예열 시간을 줄이고 전기 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작은 양의 베이킹은 에어프라이어나 미니 오븐을 활용하면 더욱 효율적이다.
또한 베이킹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레시피(노오븐 베이킹, 노 버터 레시피 등)를 활용하거나, 남은 잔열을 이용해 소량의 쿠키나 견과류를 구워내는 방식도 좋은 방법이다. 전기 소모뿐 아니라 재료의 낭비도 줄일 수 있어 환경과 경제성 모두를 고려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베이킹 실천의 의미
쓰레기를 줄이는 베이킹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활동이 아니다.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그 과정도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 재료를 아끼고, 도구를 오래 사용하며, 포장을 단순화하는 것만으로도 베이킹은 더욱 가치 있는 행위로 바뀐다.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베이킹, 가족 간 나눔을 위한 베이킹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자연스럽게 환경 교육으로 이어진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쿠키 속에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가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경험이 된다.
베이킹은 단순히 맛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성과 시간, 마음을 굽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환경을 위한 책임감을 더한다면, 우리의 취미는 더 이상 소비 중심의 활동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창조적인 시간으로 확장된다.
오늘 당신이 굽는 머핀 한 개가 쓰레기를 줄이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제로웨이스트 베이킹은 그렇게 작은 변화에서 출발한다.
버터 대신 마음을 바르고, 포장 대신 책임을 담는 베이킹. 지금 그 첫 번째 실천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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