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인생의 가장 특별한 날 중 하나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은 그날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 멋진 장소를 예약하고, 화려한 꽃 장식과 맞춤형 초대장, 웅장한 피로연과 선물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소비되고,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야외 결혼식에서는 날씨에 대비한 일회용 용품, 피크닉 스타일의 도시락 포장재, 꽃장식 폐기물,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접시 등이 대량으로 사용된다. 하루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수십~수백 명이 함께하는 그 행사는 끝난 뒤에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종이, 장식 자재를 남긴다.
이러한 결혼 문화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제로웨이스트 결혼식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쓰레기 없는 결혼식, 그것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실천이 아니라 사랑과 책임을 함께 약속하는 결혼의 새로운 방식이다.
전통적인 결혼식이 만들어내는 쓰레기
웨딩 플래너 협회에 따르면, 평균적인 결혼식에서는 약 100kg 이상의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된다:
- 플라스틱 컵, 포크, 접시, 스푼
- 종이 또는 비닐 포장지
- 꽃 장식 폐기물
- 잔반 및 음식물 쓰레기
- 비닐봉지, 리본, 풍선 등 일회용 장식
- 일회용 테이블보, 냅킨, 티슈
- 기념품 포장 및 박스
- 폐기된 드레스 포장지 및 보관 케이스
이러한 자원들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특히 야외 웨딩에서는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자연환경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제로웨이스트 결혼식의 핵심 원칙
제로웨이스트 결혼식은 ‘무조건 절제’가 아니라, 의미 있고 오래 기억될 요소만 남기고 나머지를 최소화하는 실천이다.
아래는 제로웨이스트 웨딩을 준비할 때 기억해야 할 핵심 원칙이다:
- 대여하고 공유하기: 드레스, 장식, 식기, 의자, 천막 등을 구입하지 않고 빌리는 방식
- 다회용과 재사용: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컵, 스테인리스 식기, 천 냅킨 사용
- 분리수거와 음식물 줄이기: 행사 전후 남는 음식은 기부하거나 퇴비화
- 종이 대신 디지털: 초대장, 감사카드 등은 이메일 또는 모바일로 전송
- 장식의 지속 가능성: 생화 대신 화분, 드라이플라워, 천 장식 사용
이 원칙들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더 지속가능하고 아름다운 결혼 문화를 위한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실천 방법 1: 친환경 장소 선택
야외 결혼식을 제로웨이스트로 치르기 위해서는 행사 장소부터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쓰레기 분리수거 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전기나 수도 사용이 최소화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좋다. 공원, 숲 속 캠핑장, 농장, 식물원 등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나 환경 단체와 협력하면 쓰레기 수거, 퇴비 처리, 남은 음식 기부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장소는 멋져야 하지만, 환경에 덜 부담을 주는 공간이어야 진정한 제로웨이스트의 출발이 된다.
실천 방법 2: 음식과 식기류 구성
식사는 결혼식의 핵심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실천이 가능하다:
- 뷔페보다 정식 또는 1인 세트 제공: 잔반과 포장 쓰레기를 줄임
- 현장에서 조리하거나 로컬 푸드 활용: 장거리 이동에 따른 탄소 배출 감소
- 재사용 식기 세트 대여: 식기세척 서비스 업체와 연계해 설거지 후 재사용
- 잔반 기부 또는 퇴비화: 남은 음식은 푸드뱅크 또는 농장과 연계하여 처리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 음료, 도자기 찻잔, 천 냅킨을 활용하면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동시에 결혼식의 품격도 높일 수 있다.
실천 방법 3: 드레스, 꽃, 장식의 재해석
드레스는 결혼식의 상징적인 의상이다. 하지만 한 번 입고 보관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줄이기 위해 드레스 대여, 중고 드레스 구매, 기부 가능한 스타일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 한 벌의 드레스는 누군가에겐 추억이자, 누군가에겐 새 출발이 될 수 있다.
꽃 장식은 결혼식 분위기를 완성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모두 버려진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화분 식물, 드라이플라워, 천 꽃, 재사용 가능한 장식물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화분은 하객에게 나눔 선물로도 활용 가능해 잔재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이다.
풍선이나 스티로폼 장식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목재 팻말, 손글씨 웰컴 보드, 자연물(나뭇가지, 돌, 꽃씨 카드) 등을 사용하면 친환경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실천 방법 4: 종이 없는 초대와 답례
요즘은 모바일 청첩장이나 이메일 청첩장을 선택하는 커플이 많아졌다. 이는 인쇄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종이 낭비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기도 하다.
초대장뿐 아니라, 하객 좌석표, 감사카드, 기념 안내문 등도 전자 문서나 QR코드 안내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
답례품도 무조건 준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준비하고 싶다면, 소비재가 아닌 경험형 선물이나 소모 가능한 아이템(비누, 꽃씨, 꿀 등)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친환경 브랜드와 협업하여 제작한 제품은 의미도 크고, 하객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결혼식의 실제 사례
최근 SNS와 블로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결혼식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 신혼부부는 강원도 숲 속에서 최소한의 장식과 테이블만으로 소규모 결혼식을 진행하고, 모든 음식은 지역 농산물로 준비해 쓰레기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하객에게는 꽃 대신 직접 만든 비누를 나누었고, 사용한 의자와 식기는 지역 식당과 연계해 대여했다.
또 다른 커플은 하객 모두에게 ‘텀블러를 지참해 주세요’라는 안내를 보내어 행사 내내 종이컵 하나도 쓰지 않았고, 모든 장식은 드라이플라워와 재활용 나무로 구성해 버릴 것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웨딩 트렌드를 넘어, 가치 있는 문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결론
결혼은 사랑을 약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사랑의 약속 속에 지구를 향한 배려와 책임도 담을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야외결혼식은 단지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의미 있는 하루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실천 방식이다.
물건이 아닌 마음을 남기고, 쓰레기가 아닌 기억을 남기는 결혼식.
그것은 단 한 사람, 한 커플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당신이 준비하는 결혼식이 세상에 덜 해를 끼치고, 더 많은 감동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시작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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