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와 스포츠경기, 열광적인 응원과 함께 지구를 지키는 방법

evrdaysc 2025. 7. 20. 13:27

뜨거운 함성, 붉은 유니폼,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야구장과 축구장.
한국에서 프로야구와 K리그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으로, 대중문화의 핵심 요소다. 봄에서 가을까지 이어지는 리그 기간 동안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고, 각 팀의 팬덤은 마치 하나의 공동체처럼 응집된 문화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 뜨거운 열기 뒤에는 우리가 쉽게 외면하는 환경오염의 그림자가 있다.

경기 관람은 기본적으로 대중교통, 외식, 물품 소비 등 복합적인 소비 행위를 포함한다. 특히 경기장 안팎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용기, 페트병, 쓰레기 응원도구 등이 대량으로 소비되고 버려진다. 야구장에서 한 게임이 끝난 후 남겨지는 쓰레기의 양은 수 톤에 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특히 응원도구로 사용되는 막대풍선, 비닐 슬로건, 휘날리는 플래카드 등은 경기 중에는 흥을 더해주지만, 경기 후에는 대개 1회 사용 후 폐기되는 비닐류로 남는다. 그 어떤 수거 체계도 이 모든 폐기물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기장 문화는 지속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제로웨이스트와-스포츠관람

먹고 마시고, 그리고 버리는 응원 문화

한국의 경기장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방’이다.
특히 야구장에서는 치킨, 맥주, 분식 등을 먹으며 응원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축구 경기장도 유사한 식음료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가 대부분 일회용 용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테이크아웃 용기, 플라스틱 컵, 비닐 포장재,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이 경기장 내부에서 무차별적으로 배포되고 버려지며, 분리배출 인식도 낮은 편이다. 관중석 아래에 쌓인 쓰레기들은 경기 종료 후 청소 인력에 의해 빠르게 치워지지만, 대부분 소각 처리되며 재활용률은 매우 낮다.

특히 맥주 소비가 많은 야구장에서는 하루 수만 개의 플라스틱 컵이 사용된다. 이 중 일부는 경기 도중 바닥에 떨어지거나 스탠드 아래로 굴러가 그대로 잊히고, 장기적으로는 도시 하수구, 하천, 바다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3년 한 경기장에서 치킨과 맥주를 포함한 푸드 패키지를 판매한 결과, 경기 당 평균 3.5톤의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재 폐기물이 발생했다는 내부 자료도 존재한다. 관중 2만 명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175g의 쓰레기를 배출한 셈이며, 이는 일상에서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유니폼, 굿즈, 그리고 패션 소비의 이면

응원은 단순한 구호나 박수로 끝나지 않는다. 팬들은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머리띠를 두르고, 야광봉과 응원깃발을 챙긴다. 이 모든 ‘응원 굿즈’는 경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만, 동시에 ‘소비의 상징’으로서 쓰레기를 늘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니폼은 시즌마다 디자인이 바뀌고, 팬들은 매년 새로운 유니폼을 구입한다. 유니폼뿐 아니라, 한정판 응원 물품, 포토카드, 수건, 미니 깃발 등은 종종 한 번 쓰고 소장하거나 폐기되는 물품들이다. 문제는 이 대부분이 폴리에스터 등 재활용이 어려운 합성 섬유나 플라스틱 계열 소재라는 점이다.

응원용 머리띠, 응원봉, 스티커, 종이관람석 등은 대부분 이벤트성이 강하고 일시적인 용도로 제작되며, 경기 이후에는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 없이 버려진다. 한 시즌에 수천 명의 팬들이 일회용 응원도구를 구매하고 폐기한다면, 그 쓰레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라이브 포토 인쇄물이나 포장비닐, 포장박스까지 더하면, 하나의 경기를 보기 위해 팬 1인이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열정이 클수록 소비가 늘고, 소비가 많을수록 환경에는 더 큰 부담이 간다.

변화를 위한 시도: 구단과 팬의 실천

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구단과 팬들도 늘고 있다.
일부 구단은 경기장 내에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을 도입하고, 다 마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관중들에게 텀블러 지참을 장려하는 캠페인도 함께 운영 중이다.

서울의 한 프로야구 구단은 2023 시즌부터 플라스틱 응원봉 대신 재사용 가능한 실리콘 소재의 응원봉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팬클럽은 자체적으로 응원도구를 공용화해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있다. 또한 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기장 클린 캠페인’은 경기 종료 후 남겨진 쓰레기를 함께 수거하는 활동으로, SNS 인증 문화와도 결합되어 확산 중이다.

2024년에는 K리그 일부 구장에서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식음료 판매를 시도했고, 향후 전체 경기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은 경기 관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팬들의 인식도 점차 변화시키고 있다.

스포츠와 제로웨이스트, 함께 갈 수 있는 길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열정, 소속감, 감동을 주는 중요한 문화 콘텐츠다. 그러나 그 열정이 ‘무한 소비’와 연결될 때, 환경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야구장과 축구장이 ‘감동의 현장’인 동시에, ‘폐기물 생산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텀블러를 챙기는 수준의 실천이 아니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경기장 운영 구조, 식음료 유통, 응원 문화, 상품 판매 전반에 걸친 ‘재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회용 응원도구 시스템, 굿즈 회수·재사용 플랫폼, 기부형 유니폼 재판매 구조 등이 마련될 수 있다. 팬들에게는 환경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구단은 ‘지속 가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면, 이것은 팬과 구단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전략이 된다.

스포츠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팬들의 응원은 단지 점수판의 승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지구를 위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오늘 경기장에서 내는 쓰레기가, 내일의 환경을 결정할 수 있다면—이제는 응원의 방식도, 소비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